개인의견

믹스커피를 마신다는 것의 의미

세학 2021. 11. 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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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다

 

출근 전, 2~3봉. 퇴근 후 2~3봉을 마신다

 

평생에 걸쳐 혐오해 마지 않던 그 믹스커피를 이제는 물처럼 마시게 되었다

 

내게 있어 믹스 커피란 어떤 의미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믹스커피란 내게 있어 저급 노동자의 음료. 저급 육체 노동자의 상징이었다

 

저급 노동자의 삶을 살아온 내가, 현장 노동자에게 느껴지는 믹스커피의 효용감을 모르지는 않는다

 

춥고, 고통스러운 노동 와중에 마시는 한 잔의 믹스 커피가 그 얼마나 기운을 솟게 만들어 주는지 뼛 속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저급 노동자라는 것을 확정짓기 싫다는 듯 믹스커피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믹스커피 한 잔을 즐길 때, 나는 홀로 그것을 거부해왔다

 

믹스커피를 마시는 순간, 마치 내 인생에 저급 노동자라는 이름의 낙인이 찍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것 같았다

 

사회 밑바닥 중 밑바닥으로 추락한 것을 인정하게 되는 마지막 스위치로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오랜 기간 믹스커피를 거부해왔다

 

 

그런 내가 이제는 믹스커피를 마신다

 

우려했던 열패감보다는 효용감이 앞선다

 

출근 전, 요기를 대신하고 정신을 깨우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그 동안 괜한 고집을 부려 스스로의 고통을 늘려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외면한다고 해서 지금의 내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한 고집으로 현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이유는 없다

 

 

고통스러운 오늘의 현실은 내일을 우려하게 하고

 

내일의 우려가 쌓여 다음의 내일을 포기하게 되면

 

고통스러운 오늘도, 작은 희망의 미래도 사라지게 된다

 

이제 나에게 있어 믹스커피는, 고통스러운 오늘과 내일을 버티게 해주는 전장의 모르핀과 같게 되었다

 

부디 믹스커피가 오늘의 고통도, 내일의 고통도 다소나마 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먼 미래의 희망을 얻을 때까지 현재의 고통을 잊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생각난 김에 믹스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