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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배의 정석(키보드 배틀의 정석)

세학 2021. 7. 2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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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키보드배틀(이하 키배)는 현대 사회에 절대 없어지지 않을 중요한 사회현상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키배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커뮤니티, 더 나아가 사회 일원의 이념이 결정된다. 점점 지능화, 고도화 되어가는 키배의 전략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고, 이런 이야기는 단연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여러분은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일원으로서, 키배 소통 능력을 키워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성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키보드배틀이란?

키보드배틀이란 넷상의 모든 환경(게임, 메신저, 인터넷 등)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논쟁을 말한다. 

 

키보드배틀은 승패불확실성을 지녔다. 키보드배틀은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구분되어지지 않는다. 커뮤니티의 경우 키배러(Keyboard-Battler)의 승패를 결정하는 심판자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히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하지만 이는 서로 의견이 다른 다수가 결정한다는 점에 있어 심판자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비율과 같은 애매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심판자의 다형성(Judge's Polymorphism)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심판자들의 이목을 휘어잡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심판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키배의 승리로 직결되며, 논리의 우세도나 키배러의 도덕성과 같은 요소들과는 별개로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키배에서 승리를 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 전에, 먼저 키배의 유형들을 배워보자.

 

 

 

키보드배틀의 유형

키배의 권위자들이 많은 키배러들의 키배들을 종합하고 분석한 결과, 키배들은 다음의 3가지 유형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은 말 그대로 게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키보드배틀을 말한다. 게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키보드배틀은 실시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키배러의 논리보다는 타자속도나 화법의 공격성이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당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는 마치 가시 밭길 위에서 키보드배틀을 하는 것 같다고 하여 On-Spike Keyboard-Battle이라는 별명이 있다. 또한 게임이 끝나면 키보드배틀 역시 끝나기 때문에, 키보드배틀의 생명주기(Life Cycle)가 상당히 짧다는 특징이 있다.

 

2.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은 인터넷의 커뮤니티 등에서 이루어지는 키보드배틀을 말한다. 이는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과는 달리 실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논리의 우세정도가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다만 도덕철학적 논의사항에 있어서는 논리의 우세로는 그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고, 화법의 우위 역시 함께해야한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은 사이트가 폐쇄되지 않는 이상 그 배틀이 영원히 박제되기 때문에, 키보드배틀의 생명주기는 무한하다고 보는 편이다.

 

3. 메신저에서의 키보드배틀

메신저에서의 키보드배틀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에서 이루어지는 키보드배틀을 말한다.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과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의 특징을 두루 가진 키보드배틀의 형태이다.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과 같이 실시간성을 지녔으면서,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과 같이 생명주기가 무한하다. 다만 두 특징을 두루 가진 키보드배틀인만큼, 그 강도는 다른 키보드배틀의 유형보다 약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점이다. 즉, 메신저에서의 키보드배틀은 타자속도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키보드배틀에서 승리하는 전략

 

1.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에서 승리하는 법

먼저 앞에서 배운 IGKB의 특징을 서술해보자. 유한한 생명주기의 키보드배틀이고, 논리의 우세보다는 타자속도나 공격성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 특성 상 심판자가 적기 때문에 상대 키배러의 멘탈을 공격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도 있는, 상당히 공격적인 키보드배틀의 유형에 속한다. 

 

따라서 상대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것이 그 첫째 전략이 될 수 있다. 상대의 말문을 막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가불기가 있다.

 

가불기(Guard-Bulga)

가불기라 함은 상대가 어떤 동작을 취해도 내 공격을 막을 수 없는 형태의 기술을 말한다. 키보드배틀에선 상당히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 두 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1. ㅂㄷㅂㄷ하노ㅋㅋ

이는 현 키보드배틀계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가불기의 형태이다. 상대가 다음 말할 것들을 전부 'ㅂㄷㅂㄷ류'으로 명명함으로써, 키보드배틀의 승리를 점하는 필살기라 볼 수 있겠다. 말하지 않으면 ㅂㄷㅂㄷ대서 말하지 못하는 것이고, 말하면 ㅂㄷㅂㄷ대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공격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현 키보드배틀계에선 없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며, 이 가불기에 걸린다면 gg를 치고 아가리를 봉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추해질뿐이다.

 

2. 소인배새끼ㅋㅋ

이는 역시 비슷한 형태로 쓰이는 가불기인데, 상대를 소인배로 명명함으로써 절대 대인배가 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소인배임을 부정하면 대인배가 아니다. 또한 부정하지 않으면, 그는 소인배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가불기들은 먼저 사용하는 것이 장땡이다.(선빵필승의 법칙) 하지만 그 시점이 너무나도 빠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어느정도 논리의 틀을 갖추고, 이후에 키보드배틀의 마무리를 위해 시전하는 'fatality'로 사용하는 게 좋다.

 

 

 

 

 

첫째, 게임에서의 키보드배틀과 같이 한정적인 생명주기의 환경에서 사용한다. 팽팽한 논리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가불기를 사용, 잠깐이나마 상대의 스탠스를 무너뜨리는 순간을 캐치하여 실시간 키보드배틀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둘째, 압도적인 상황에서 마무리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논리가 우세하고 심판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 가불기를 사용함으로써 '이 키배의 승자는 나'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것이다.

 

'이런글만 보면 작성자한테 시비걸어서 한판 뜨고싶음'이라는 댓글에 '소인배새끼ㅋㅋ'라고 필자가 댓글을 단 건, 이미 필자가 이 글의 작성자로서 논리적 토대를 갖추었기 때문에 사용 가능했던 부분이었다. 유쾌하면서도 중후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다른 글에서 같은 댓글을 달았다면 그것은 시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가불기에 논리적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역효과) 따라서 여러분은 가불기가 최고의 위력을 발휘할 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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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에서 승리하는 법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서버가 터지지 않는 이상 내 글은 무한하게 보존된다.(무한한 생명주기성)

2. 댓글로 싸우는 키보드배틀 특성 상, 답변을 하는 시간이 어느정도 늦어도 용인된다.(비실시간 상호작용성)

3. 다른 키보드배틀의 유형에 비해 심판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압도적다수성, Supermajority)

3.1. 따라서, 제 3자의 개입 가능성이 농후하다.

 

 

성향 파악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은 심판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내 논리나 화법, 답변 속도 등이 어떻든 간에 나를 옹호하는 심판자가 다수이면, 키배의 승리자는 나인 것이다. 따라서 키배를 하기 전, 해당 커뮤니티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전략의 하나이다. 아무개가 일베에서 노무현 김대중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옹호한들 그가 키배에서 승리할 리 만무하다. 만약 내 주장과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커뮤니티라면, 키배를 삼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논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참 많다. 제 3자의 개입이 일어났는데 그것이 적이라면, 여러분은 곧 패배에 직면한다는 전조이다.

 

 

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정의감에 불타서 키배의 전장에 뛰어들겠다면, 여러분은 악착같이 심판자들의 주목을 받아야한다.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이다. 기본적으로 키배라 함은 상대를 이기는 것에 목적이 있다. 상대를 글로써 이기는 것, 그것이 심판자의 이목을 끌어내는 방법 중 제일이다. 세상에 멍청한 사람들은 차고 넘치지만, 그들도 모두 똑똑하길 스스로 원한다. 똑똑한 사람을 옹호하는 것 역시 똑똑해 보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똑똑한 사람이 된다면, 심판자들은 여지 없이 여러분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화법

  하지만 논리적이려면 결국 키배러 본인이 똑똑해야 한다. 이는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을 실천하더라도 여전히 여러분은 부족하다. 게다가 세상에 키배의 주제(인문, 이공계적 주제들)는 많고 전공자도 많다. 일반인은 전공자의 지식을 이길 수 없다. 논리의 왕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분은 대신 화법을 이용해서 논리적인 글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 권위자의 태도를 지녀라.

  우선 말을 하는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언제나 나는 상급자이고, 상대는 하급자처럼 대해야 한다. 나는 너와 놀아줄 시간이 없지만, 없는 시간이나마 짬내서 너를 개도하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필자가 이 글을 쓸 때 마치 권위자가 풋내기를 대하듯이 쓰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는 말의 신빙성을 상당히 높여주고, 심판자들의 논리적 판단을 흐리게 해 나에게 이끌리게 만든다.

 

  따라서 음슴체보다는 '해라체'의 평서문을 이루는 것이 좋다.(~을 해라. ~한다.) 음슴체는 화자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지나가던 아저씨'정도의 느낌밖에 주지 않는다. 키배 전문가는 언제나 권위있게 말한다. (가끔 비꼬는 능력이 최상급이어서 권위감 없이 딜미터기를 부셔버리는 키배러들이 있는데, 이는 재능의 영역이니 여러분들은 이런 태도를 지양하는 것이 좋다)

 

2. 글은 최대한 간결하게 써라.

  글을 쓰는 데도 요령이 있다. 글쓰기로 유명한 유시민은 오로지 '글쓰는 법'만으로 책까지 냈다. 글쓰기를 조언하는 많은 말들 중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역시 '짧게 쓰기'이다. 문장은 길면 보기 싫다. 괜한 접속사나 관형어구를 붙이는 것은 없느니만 못하다. 필자가 만약 글을 쓰는데 이렇게 온점(.)이 없이, 여러 문장으로 나누면 해결 될 것을 굳이 한 문장으로 억지로 몰아써서 한 문장에 몇 줄씩 하는 문장들로만 이 글을 가득 채운다면 그것이야말로 보기 좋지 않은 글이 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바인데도 이렇게 쓰는 이유는 정말로 이런 것이 좋지 않다고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쓰는 글의 밀도는 마치 풍선과 같다. 아무리 논리를 펼쳐서 열심히 글을 불려 쓴들, 거대한 풍선도 결국 풍선이다. 요지만 간결히 담아서 돌멩이를 만들어라. 돌멩이는 풍선보다 한없이 작지만 무겁다. 있어 보이려고 부피를 늘리지 마라. 필요한 부분만 꾹꾹 눌러담아 글을 쓰다보면, 언젠가 바위싸개가 돼있는 본인의 모습을 볼 것이다.

 

3. 의문문은 비꼴 때만 사용해라.

  키보드배틀에서 의문문은 독이다. 권위자의 태도를 지니고 강경하게 논리로 밀어붙이지는 못할 망정, 의문문을 사용해 그 기세를 스스로 누그러뜨리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의문문이 위력을 발휘할 때는 오로지 비꼴 때뿐이다. 평서문을 사랑하도록 하자.

 

4. ㅋ을 과다 사용하지 마라.

  ㅋ뿐만 아니라 여타 비슷한 표현들도 그렇다. 이는 화자의 권위를 떨어뜨린다. 가끔씩 첨가되는 ㅋㅋ은 비꼼 계수가 배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과용은 안 하니만 못하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자.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ㅋ의 개수는 최대 3개이다.(이후로는 효과가 더 떨어짐이 증명되었다. 2개일 때가 가장 최고의 효율을 보인다고 한다ㅋㅋ)

 

 

끈기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의 화룡점정은 바로 끈기이다. 대부분의 키보드배틀은 서로가 화해하지 않고 팽팽하게 대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No-Sex) 따라서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잠을 자면, 키배는 종료된다. 쓰라린 키배의 흔적만이 댓글로 남아있을뿐이다. 새벽 두시, 세시가 되어도 잠을 자지 않고 상대의 공격에 끝까지 응수하면, 상대는 잠을 자야 된다면서 gg를 선언할 것이다. 이것은 심판자가 별로 없는 새벽 시간에도 승패를 뚜렷히 확인할 수 있는 징표 중 하나이다. 절대 상대에게 등을 보이지 마라. 내일 중요한 일이 있다면 키배를 하지 마라. 잠을 자러 가는 놈은 '난 이길 수 있었으나 잠 때문에 졌다'고 자위하는 병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승리한 병신이 되라.

참고로 키배력 차이가 너무 나면 끈기가 있어도 질척거리는 병신이 될뿐이니, 상대를 잘 골라가면서 키배를 하도록 하자. 언제까지나 키배가 팽팽하다는 전제 하이다.

 

 

제 3자 개입을 이용한 편법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에서 간과하는 점은, 제 3자의 개입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제 3자의 입장은 결국 심판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따라서 제 3자가 나의 편을 들어준다면, 팽팽한 키배의 균형이 무너지고 나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다. 이를 이용해서 여러분들은 편법을 사용할 수 있다. 바로 부계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부계정을 이용해 나의 편을 드는 제 3자처럼 보이게 만든다면, 이는 마치 키배의 균형이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키배를 하는데 있어 준비된 논리적 근거가 2가지 있다고 치자. 논리1과 논리2를 내가 전부 말하는 것보다, 논리1을 내가 말하고 제 3자가 개입해서 논리2를 덧붙여주는 것이 훨씬 위력적이다. 3자를 이용하는 것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키배에서 결코 그릇된 행동이 아니다. 키배에서 약한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필자는 키배에 자신이 있어서 부계정을 사용하지 않지만, 여러분에게는 적극 추천하는 방법이다. 부계정을 파라.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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