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실에 대한 민감도
내가 만난 고수 주식 투자자들은 전부 동일한 조언을 내게 해주었다.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향유해야지만이 결과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지침을 이행하는게 참으로 힘들다.
멘탈이 약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2020 후반 상승장세에서도 내가 추천했던 하이닉스, sk이노베, 대한항공, 아모레, 코스맥스, 호텔신라 등의 수익을 길게 끌고가지 못하고 단타로 끝내고 말았다. 한 번에 10% 넘는 양봉을 주자, 나는 금새 조정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매도를 하고 말았다. 물론 조정은 없었고, 그대로 수십퍼센트가 올랐다. 나는 해당 종목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무조건적인 신뢰는 독이지만, 최소한 경제에 대한 전망이 있었기에 매크로에 대한 신뢰는 가졌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경제학에 대한 자신은 있지만, 주식 매매에 대한 확신은 없다.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비관론자들의 보편적인 심리학적 특성이다.
오늘도 나는 셀트리온의 주식을 매도했다.
수익성 매도가 아니라 손절이었다. 전체 자본 대비 높은 비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수료를 더해 백만원 가까운 손실은 났다.
자본대비 수익률로 치면 소숫점에 불과한 수치지만, 무심코 그 금액이 보유잔고에서 눈에 띄어버린 순간 나는 다시금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자본시장에서는 평균 이상인 사람이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최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이다. 100만원이면 거의 열흘에 가까운 노동소득이다. 그것도 화이트칼라들이 겪는 노동강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도의 열흘이다.
매도 키를 누르려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그 열흘간의 고된 노동이 스쳐지나가 키를 누를 수 없게 만들었다. 한참동안 고민했다. 사실 매도는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어제부터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였다. 그제는 수익, 어제는 하루이틀 정도의 임금이었는데, 오늘은 열흘 정도의 임금으로 바뀐 것이다. 나는 결국 매도를 했다. 막상 매도하고 나니 그러한 중압감이 몰려들지는 않았다. 나는 원래 계획했던대로 내가 좋아하는 인플레이션 방어주를 샀다.
내 판단이 옳았는지는 모르겠다. 장기적으로는 셀트리온 반드시 오른다고 생각한다. 지금 밸류는 최저점 상방 10~15% 정도로 보인다. 셀트리온이 지금 당장 밸류에 큰 하방 압력을 받을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시간을 조금 두면 크게 상승하리라고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금 내가 좋아하는 주식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심리의 안정을 위해 종목은 말할 수 없지만, 2020 중반기 내게 최고의 수익을 안겨주었던 NAVER가 아닌, 2020후반기, 2021 초반기까지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던 감사한 주식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나는 장기적으로는 충분한 이격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며, 경제학적으로 보았을때 충분히 이익이 증가할만한 당위성이 장기간 존재한다고 보아 다시금 매수했다. 다만 변동성은 참 낮은 주식이기에 초고수분들이 보기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주식일지도 모른다.
손절도 어렵고 매수도 어렵다. 자신의 판단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것도 어렵다.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는 것이 옳은지도 모르겠다. 비관론자의 딜레마다. 하지만 과거 나의 매매 행태나 고수분들의 조언을 듣다보면 확신을 갖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그나마 주식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나 또한 새로운 기법이나 새로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셀트리온에 들어갔었지만 순간의 손실을 감내하지 못하고 금새 도망쳐 내가 익숙한 주식의 품에 다시 안기고 말았다.
앞으로 나의 투자 기법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법을 연구하고, 또한 연습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기법에서 Z큰 수익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래도 경제학에 치중된 안전마진 위주의 수비적 매매 타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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