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상을 다 본 뒤에 감상평을 적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보며 느낀 점을 하나하나 적어보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챔피언이 된 뒤의 아데산야의 경기를 그닥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하드펀쳐보다는 테크니컬 파이터를 좋아하고, 나 역시 운동할 적 그러한 스타일이었다
나는 테크니컬 파이터가 승리하기를 바랬다
내가 운동을 할 적, 투기종목이란, 무도란 약자가 강자에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어릴 적, 일시적이었지만 투기를 통해 선천적 육체적 강자에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
나는 선천적 강자가 약자를 이기는 것이 못내 불편했고, 그 같은 장면들을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았다
하드펀쳐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개 선천적인 것이다
어릴 적부터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펀치가 센 사람이 있고, 나 같은 사람은 일반인 보다는 세질 수 있어도 같은 운동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하드펀쳐는 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맨손격투에 집착했고, 공격력이 약해지는 룰이 많고, 글러브를 껴야만 하는 양지의 격투기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 나는 경기 예상 글을 쓰면서 아데산야가 또 다시 패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졌음에도 못내 아데산야가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일을 하다 우연히 알람이 떠 확인을 하게 되었다
유투브에 아데산야 경기 리뷰 영상이 올라왔다. 제목에 스포가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인 결과라는 그 단어 만으로 나는 왠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뭔가 혼이 빠져나간 듯한. 온 몸에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아데산야의 패배였다
아직 영상을 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분들의 리뷰 영상을 본 결과 대개 내가 예상한 아데산야의 패배패턴대로 된 것 같았다
너무 슬펐지만, 어쩌면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혹은 자신보다 우월한 타격력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할 보다 유리한 패턴을 준비하지 않은 아데산야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슬픈 마음을 몇 시간이고 간직하고 있다가 이 시간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고, 아데산야의 리뷰 글을 쓰려 준비하고 있다
1라운드 초반
4:36 예상대로였다. UFC에서 아데산야의 경기들을 보면 대개 로킥교전에서 이익을 취했었다. 그러나 알렉스 페레이라는 같은 킥복싱 베이스고, 하드펀쳐라는 점과는 별개로 타격스킬 자체가 안좋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원거리보다는 중근거리전에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주특기가 다를 뿐, 타격스킬 자체에서 페레이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과거 예상글에서 나는 페레이라가 킥교전에서 그리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불행히도 현실이 되었다. 킥교전에서 압도하지 못한다면 펀치력이 약한 아데산야는 상대방이 억지로 진공해오게끔 만드는 수단과 압력이 감소하여 불리해진다. 초반부터 느낌이 좋지 않다
4:53 앞손 잽성 카운터, 상대 킥에 대한 카운터는 매우 좋았다. 그 부분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레이라의 맷집이나 아데산야의 타격력, 최대 원거리에서 살짝 닿을듯한 카운터 피격상황 등을 생각했을 때 포인트 획득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만으로 KO를 시킬 수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5:40 역시나 예상대로, 중근거리 타격에 대한 압박이 없기 때문에 페레이라는 다소 패링을 굳히고 전진해 들어오면 아데산야가 그에 대응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순식간에 케이지로 몰려버린다. 조금 예상과 달랐던 점은, 페레이라가 먼저 클린치를 걸고 숏펀치 교전을 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 너무 MMA적인 관점에서 예측했던걸까?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뭐랄까 전형적인 중근거리 킥복서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어쨌든 아데산야가 케이지에 몰리기 시작하자 페레이라의 미들킥이나 왼손 훅 정확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예상된 전개였다. 케이지에 몰려서는 아데산야가 절대 남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6:16 그러면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상대로 클린치 교전에서는 기본적인 파워 자체가 앞서는 페레이라가 유리해진다. 리치 차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도 페레이라가 생각보다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6:39 1라운드 마지막, 조금 방심했을까? 패링을 기민하게 하지 않고, 다소 억지로 벽으로 밀고 들어오던 페레이라가 뒷손을 허용한 장면에는 크게 놀랐다. 그로기까지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꽤 타격을 입은 것 같았다. 아데산야와 같은 타격스타일의 경우 그것이 누적되지 않는 이상 라운드 휴식을 지나게 되면 크게 회복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라운드 체점이라는 부분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데미지 누적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효과가 얕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그 때 KO를 시켰다면.... 어땠을까. 세상사 참 어렵다
7:38 2라운드 들어서 페레이라가 타격을 입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아데산야의 공격에 충분히 패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큰 펀치를 허용했고, 데미지상으로는 페레이라가 뒤질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 아데산야가 중앙에서 교전을 하는 것이 아닌, 케이지에서 교전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리스크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8:14 경기 첫 아데산야의 레슬링 시도. 하지만 예상대로 UFC 치고는 조금 수준낮은 수준의 오펜스 레슬링, 상대방과의 신장차이, 완력 차이로 인해 불발. 아데산야가 페레이라를 이기기 위해서는 오펜스 레슬링으로 인해 재미를 보아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혹은 준비를 하더라도 충분한 레벨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 시도가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페레이라에게 있어서 아데산야에게 MMA식 패배 리스크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레슬링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9:08 아데산야의 한쪽 눈이 찢어져 있었다. 예상대로 타격 수에서 앞서더라도 데미지 측면에서는 아데산야가 상당히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타격 정확도 역시 타격력을 고려했을 때 아데산야가 이득을 보았다고 하기에는 충분히 그 격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9:30 페레이라가 라운드 후반, 점수얻기용 테이크다운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그라운드에서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겠지만 아데산야 입장에서는 포인트 판정이라는 입장 상 조금은 머리가 복잡해질만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아데산야의 레슬링 실패. 페레이라의 레슬링 성공. 이것은 거의................
10:17 다소 억지로 중근거리를 만들며 타격에 성공하는 페레이라. 지나친 자신감이었을까, 클린치 상황에서 유도식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다 되치기를 당해버렸다. 아데산야 입장에서는 천재일우의 기회. 얼마나 눌러놓을 수 있을까. 얼마나 체력을 소진시키고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 결과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여부가 참으로 궁금했다
페레이라는 하위에서 머물지 않고, 케이지에 기대 일어나려 하였으나 아데산야가 한 쪽 발을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은 채 스탠딩 백포지션을 유지했다. 다만 조금 불만족스러운 것이 만약 로메로와 같은 상대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레이라의 디펜스 레슬링은 UFC기준 상당히 저급한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아데산야의 오펜시브 레슬링 역시 그 페레이라를 제대로 눌러놓기조차 버거운(완벽히 압도하지 못하는) 저급한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데산야는 상당한 시간동안 견제용 펀치를 상당부분 적중시킬 수 있었고, 아데산야가 오펜시브 레슬링 혹은 상위포지션을 점유하게 될 경우 경기를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13:51 3라운드에서 재미를 봤던 아데산야가, 다시금 타격전으로 돌아왔다. 다소는 억지로라도 클링치 레슬링을 전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왜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4:19 페레이라가 다소 자신감을 회복했는지, 아니면 중앙에서 교전하는 것보다 벽에 몰아놓고 중근거리 타격전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한 교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금 1라운드와 같은 방식으로 벽으로 몰아넣기 시작했고, 1라운드와 정확히 같은 방식의 시간차 원투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아데산야는 벽에서 다시금 중앙으로 페레이라는 밀어낼 수 있었다. 적어도 이 같은 부분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15:16 이후 다시금 벽으로 몰아넣은 페레이라. 유효타는 적었지만, 아데산야의 회피는 너무 아슬아슬했다. 만약 그 중 몇대 맞더라도 더는 럭키펀치라 변명할 수 없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아웃파이터가 벽에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애초 리스크의 폭증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생각이 바뀐 아데산야가 벽에서 페레이라를 돌려놓고 클린치 레슬링을 시도했다. 다만 오펜시브 레슬링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역시 테이크다운 시키지 못했고 아데산야의 움직임에서 체력이 상당히 빠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16:01 전개가 조금 달라졌다. 4라운드까지 페레이라는 벽에 몰아넣고 헤드헌팅성 공격을 주로 했다. 물론 클린치 니킥이 있기는 했으나 대다수의 펀치는 머리를 향했다. 그런데 5라운드, 근거리 펀치에서 복부를 향한 공격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웃파이터에게 복부 공격 다수 허용은 치명적이다. 아데산야가 클린치 레슬링에서 무언가 해보려는 움직임이 보였지만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벽에서 몰린 상태에서 넣었던 반격성 원투의 위력, 속도도 점점 감소하고 있었다
16:49 리뷰에서 들었던 그 일이 벌어졌다. 아데산야의 로킥. 그리고 페레이라의 체크로 인한 아데산야의 부상. 그대로 뒤로 넘어진 걸 보면 아마 상당히 큰 데미지가 있었던 듯 보였다. 이후 아데산야는 벽 쪽에서 나름 결사항전의 의지를 굳히는 듯 했으나 상체움직임만으로 페레이라의 펀치를 충분히 피해내지 못했고, 결국 KO패 하고 말았다
아데산야의 다리가 멀쩡했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압도적인 승리는 아니었을 테지만, 적어도 팽팽했던 경기에서 포인트적으로는 아데산야가 앞서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의 패배. 과거 킥복싱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벌어졌었다. 경기 내용 전반에 대한 평가는 단순하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였고, 아데산야의 오펜시브 레슬링은 너무 수준이하였다. 아데산야는 여태껏 UFC에서 경기를 하며, 본인을 압도할 정도의 타격수준을 맞이하지 못했다. 하지만 페레이라의 타격수준은 아데산야와 동급. 어떤 부분에서는 이하 혹은 이상이었다. 아데산야는 MMA에 진입하면서부터 자신보다 타격이 우수 혹은 동급인 상대에 대응하기 위해 오펜시브 레슬링을 준비해야 했으나 아데산야는 오직 디펜시브 레슬링+타격이라는 패턴만 고집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물이 오늘의 경기 결과였고, 모든 것은 아데산야의 전략 실패였다고 본인은 확신한다. 우연이었다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세상에 우연은 없다. 모든 것은 필연이고, 그 누적이었을 뿐이기에 아데산야의 패배는 마음아프지만 받아들일수밖에 없었다. 내 불안한 예상이 맞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그 예상이 맞아떨어져 너무나도 슬픈 기분이다.
내가 운동하던 시절은 MMA가 아닌 이종격투의 시대였다. 다양한 베이스를 가진 사람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대부분 단일 베이스만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소위 잡종인 내가 나보다 뛰어난 신체, 경력,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었고,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진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아데산야의 경우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나의 타격능력은 평범한 대다수보다 뛰어났지만,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 역시 많았고, 내 저급한 그라운드, 클린치 능력 역시 평범한 대다수보다는 뛰어났지만,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그러나 그를 조합하고, 상대에 따라 유리한 전략만 반복함으로써 이겨낼 수 있었다. 아데산야의 패배는 과거 해왔던대로, 해왔던 것만 한 결과였다. 아쉬워할 것 없고,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다시 경기를 한다 해도 현 경기의 리스크 폭증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데산야가 패배한 이유 요약
1. 케이지 벽 쪽으로 지속적으로 몰려 타격 리스크 폭증 및 타격력 약화
(타격압력이 상대보다 약하면 벌어지는 현상)
(타격압력이란 타격력, 타격스킬, 맷집 등 타격전에서 상대방을 밀어낼 수 있는 힘 종합적인 요소를 이르는 표현으로 사용하였음)
2. 아데산야 오펜시브 레슬링의 저급함(MMA 초짜 상대로 넘어트리질 못함. 유일하게 딱 한번 되치기 성공)
3. 클린치에서 역시 사이즈, 파워 차이로 인해 이익을 보지 못함
4. 페레이라의 로킥 체크로 인한 부상
(개인적으로 아데산야가 항상 로킥을 세게 차는 것을 불안해 했는데, 언젠가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하필 페레이라전에서...)
5. 페레이라와의 타격파워 차이가 지나치게 극심
(로메로전에서는 로메로 타격스킬이 부족해 벽에 갇히지 않고 판정승할 수 있었으나 페레이라는 로메로보다 타격스킬이 우월해 벽에서 편하게 도망쳐나올 수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29AALYeH90
2022.08.07 - [개인의견] - 챔피언 아데산야 vs 페레이라 UFC 281 경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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