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지갑사건 비스무리한 썰(지갑 찾아주고 경찰에 신고당한 썰)
나는 홍대 지갑사건은 보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한다. 대충 고의적으로 점유물이탈횡령죄를 유도하여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시도? 쯤으로 보이며 그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 하다. 이 글을 보고 내가 겪었던 예전 썰이 생각나 글을 써보려고 한다.
요즈음 시대, 착한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표현되곤 한다. 무능한 사람이 착한 척이라도 해 살아가려는 생존전략이라는 식의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분노가 치솟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다들 거짓말이라 하지만 내가 거의 하루 21시간 노동을 뛰기도 했던 2010~2015년 경, 나는 최소 200개 이상의 지갑, 현금, 핸드폰, 귀금속, 옷, 지갑, 카드 등의 주인을 찾아주었다. 대부분은 모텔, PC방, 편의점 알바를 하며 찾은 것을 직접 찾아주기도, 경찰을 통해 찾아주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날의 일은 내가 다시는 타인의 물건을 주워 주인을 찾아주지 않도록 하는, 아니 선행이라 생각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선행을 강요하는 이들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계기중 하나가 되었다.
그 날도 PC방 일을 하며 손님 좌석을 치우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흔히 있었던 일처럼 손님 좌석에서 지갑이 발견되었고, 나는 선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서 경찰에 전화해 지갑을 건내주었다. 본래 경찰을 귀찮게 하기 원치 않아 직접 건내주고 싶었지만 지갑에는 주인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알 수 있는 어떠한 물건도 없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주인을 찾아주었다. 주인이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라는 말 한마디가 나올 것을 기대하며 신나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에게서 들려온 한마디는 나를 분노로 길길이 뛰게 했다.
대충 이런 통화 내용이었다
나 "여보세요?"
경 "누구누구씨시죠? 몇월 몇일에 지갑을 경찰에 맡긴 분 맞으시죠?"
나 "예 제가 맞습니다"
경 "지갑 주인을 찾았는데, 지갑에 원래 현금이 있었다네요?"
나 "아..... 제가 지갑을 찾았을 땐 현금이 없었습니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르겠길래 그냥 그대로 경찰에 맡긴겁니다"
경 "지갑 주인이 지갑에 원래 현금이 있었다면서, 그쪽분이 가져간 것이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나 "저는 피시방에서 주운 것 뿐입니다"
경 "예 어쨌든 경찰서에 출두하셔서 조사를 좀 받으셔야겠습니다"
나 "네???"
경 "몇월 몇일 몇시까지 경찰서에 출두하셔야 합니다"
나 "아니... 그게 무슨소립니까. 그냥 저는 PC방 알바하면서 선의로 지갑 찾아주려 애쓴건데. 제가 조사받으러 경찰 출두하라구요? 하루에 20시간 일하고, 집에 가서 샤워 한 번 하고, 잠깐 30분쯤 자다가 다시 일하러 가는데 출두하라구요?"
경 "그건 경찰과는 관계 없는 일이구요. 어쨌든 출두 하셔야 합니다"
나 "......... 못 가!!!!!!! 못간다고!!!! 하루 20시간 일하는데 경찰에 조사 받으러 어떻게 갑니까!!! 아니 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끊어요!!!!!!"
그 이후로 경찰에게 몇 번 더 경찰서에 출두하라는 전화가 왔고, 그 이후 나는 남의 물건을 찾아주는 행위를 완전히 중단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취한 사람을 꺠워 집으로 보내준다던지, 사고가 나 불타는 차에서 사람을 꺼내주었던 것이라던지 그런 일체의 선행 자체를 모조리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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