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쿠팡의 라이더 수급 곤란에 대해
배민, 쿠팡이 배달(라스트마일)시장의 보편적인 지배자가 되기 어려운 요건이 있다. 바로 라이더 수급이다. 라이더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라이더들이 원하는 조건을 맞춰줘야 한다.
매출, 순익, 콜 수, 자유도, 탈세(부정적으로 들리겠지만 현실이다), 보험 등이다.
먼저 매출, 콜 수는 당연한 이야기고, 이번 묶음배달은 부족하나마 기사 개개인의 매출과 콜 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AI배차가 강제되고 있고, 그 AI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콜 배차를 지속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 2번 콜을 수령, 픽업하고 1, 2배달지로 이동하다가, 다시 3번 콜을 1, 2번 콜 픽업지 근방으로 주어서, 다시 1, 2, 3번 픽업지로 역주행 했다가 다시 1, 2, 3번 배송완료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인 콜 배차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편법중 하나로는 배차취소 불이익을 없애는 방법도 있겠지만 배차취소 불이익을 통해 기사들의 행동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아마 그런 선택지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배차취소 불이익을 제거한다면 당연히 콜을 골라가는 기사들이 늘어날 것이다.
순익 부문은 아무래도 콜 수, 탈세, 보험 등과 관련이 있다. 일단 보험에 대해서는 일반배달대행, 쿠팡이츠, 배민1이 각기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 일반배달대행은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 개개인이 유상운송보험을 가입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책임보험만 드는 경우도 있다. 유상운송보험은 연간 백에서 수백단위를 오가는 금액으로 매우 큰 금액이라 실질적으로 월 순익을 10~40만원 가량 감소시킨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기는 하지만 유상운송보험+바이크 중고를 구매하게 되면 약 500의 비용이 지출되는 등 장기적인 순익, 초기 라이더 진입 비용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대해 일반 배달대행은 자유, 배민은 강제 택일(시간제보험 OR 유상운송보험), 쿠팡 자유(책임은 본인이 알아서) 지는 정책을 펴고 있다. 배민 입장에서 이는 크게 불리한 부분인데, 예를 들어 시간제 보험이 시간당 1500원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했을 때, 시간당 평균 약 3건의 배달을 수행한다고 가정한다면 보험료로만 콜당 약 500원의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3500원짜리 콜 3개를 한시간동안 수행했다고 가정했을 떄 콜 1개당 약 14%의 비용을 보험료로만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책임보험만으로 배달하게 되는 사람은 사고를 내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콜당 약 14%씩 나가는 보험료를 세이브하게 됨으로써 배민측은 그 14%에 해당하는 추가 콜 혹은 추가 프로모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기사에게 장기적으로 낮은 순익을 제공하게 되어 수급에 문제가 생길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내가 사는 지방 기준으로, 단건배달 체제였을 때에는 쿠팡 대비 배민1의 배달비가 다소 높았으므로 보험료로 인한 손실은 상쇄되었다. 하지만 묶음배달로 변경 이후 수행 콜 수는 늘고, 건당 배달비는 감소했으므로 해당 영향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탈세 문제도 모르는 사람만 모르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사무실에서는 라이더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저런 비용들을 불/편법 회계처리 해 기사의 순익을 보조하고 있다. 당연히 해당 부분만큼 플랫폼의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로 인해 쿠팡이츠, 배민1 등 배달플랫폼은 실질적인 배달시장 점유율을 보편, 독점적으로 확대시키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행한 배민1의 묶음배달 역시 이 같은 현상을 단건배달에 비해 다소 완화시킬수는 있겠지만 시장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기사들에게 압도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배달플랫폼 측은 배달시장에서 '이익' 혹은 '향후 이익'을 크게 내고자 하는 의도만 보이지, 점주와 기사들의 비용 그 자체를 효율화 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기사들이 배달 플랫폼을 떠나고 있는 이유
이것은 사실 예정된 결과였다. 코로나 시기, 유동성 정책들과 셧다운 정책들로 인해 배달시장에는 극도의 버블이 발생했고, 기사들의 소득은 폭등했다. 하지만 리오프닝, 위드코로나, 유동성 긴축 등의 싸이클로 전환됨에 따라 수요는 감소했고, 플랫폼측의 비현실적이었던 프로모션 역시 크게 축소되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사는 지역의 동 시기, 동 거리, 동 지역 배달비는 약 30~40% 감소했다. 당연히 소득이 감소한만큼 기사들은 빠져나가게 된다. 배민1 등의 배달플랫폼은 자유도는 높을지언정 높은 비용과 콜 수 제약, 시스템적인 제약으로 인해 1군 일반배달대행에 비해 소득이 높을 수가 없다. 배달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도 줄어들겠지만, 배달 일을 전업으로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도 배달플랫폼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부족한 것이다.
2023.07.01 - [개인의견] - 배민 알뜰배달 2일차 후기 - 기사 입장에서는 호, AI 시스템 개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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