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는 아마 가물가물하겠지만..
30대 중반인 나는 imf시절의 한국이 똑똑하게 기억난다.
같이 등하교하던 여자아이가 어느순간부터 학교에 나오질 않았다.
얘 어디갔나 싶어서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아버지가 실직해서 자살했다고 하드라.
그날 이후로 더이상 그 친구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학교에서 사라진 애들이 좀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imf시절은 그런거다.
가장이 실직하고 사업이 망해서 자살하던 시대.
애들이 어느순간 학교에서 안보이던 시대.
그래서 sns나 커뮤니티에서 '금모으기 운동' 같은 단어가 무슨 응답하라1998 마냥 추억팔이로 퍼올려지는게 조금 소름끼치기도 한다.
그거, 실제로 겪어보면 그렇게 재밌는 일은 아냐..
난 아직 어릴적 90년대 중반의 한국이 기억난다.
어머니 손 붙잡고 백화점에 가면 예쁜 엘레베이터 언니가 몇층 가냐고 묻고 버튼을 대신 눌러줬다.
지금의 인건비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90년대 중반까지 "미래"라는 단어와 불안감은 연결되어 쓰이지 않았다.
미래는 오로지 좋은 것, 희망찬 것, 앞으로 더 좋아질 의미로만 쓰였다.
기껏해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99년 12월 31일 Y2K 괴담같은 것만 소개되곤 했다.
21세기엔 세상의 나쁜 점들이 전부 사라지고 인류에게 행복한 삶만 남을 것 같았다.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보단 오히려 나 자신의 '개성있는 삶'에 촛점을 맞췄고, 모두가 다같이 남들관 다르게 서태지를 들었으며 모두가 다같이 개성있게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다.
당장 몇년 뒤의 미래조차 가늠이 안되는 지금의 K-aos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1997년 IMF가 터지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코로나가 오기도 전에 2019년 한전의 전력판매량이 줄었다.
1998년 IMF 이후 최초였단다.
그리고 그게 지금 19/20년 연속으로 2년째 감소중이다.
아마 21년도 줄으면 줄었지 늘진 않을 것 같다.
세계에서 손꼽는 공업국가 한국에서 전기 쓸일이 없어진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올해 2분기 청년 체감 실업률이 25.1%다.
얼마전엔 LG, SK, 현대, 롯데 전부 공채를 폐지했다.
5대 그룹 중에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건 오로지 삼성 뿐이다.
2020년 공공부문 인건비가 89.5조원이 나갔다.
같은 년도 한국 500대 민간기업 인건비 총 합이 85.9조원이다.
기업 500개 보다 공공부문의 인건비가 더 높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나는 어렸을 적 같이 등하교하던 여자아이가 떠오르고, 한스밴드의 '오락실' 가사가 생각나는지.
난 언제나 최악을 상상하는 비관론자긴 하지만, 2년 전 이 글을 다시 보니 이것조차도 한심하게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거 그렇게 재미있는 일 아니라고 할 게 아니라 당장 뭔가 해야할 일을 찾아서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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