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념과 합리주의에 대한 생각
모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합리주의자라 생각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그들 각각은 정치이념 테스트를 해보면 어느 일정 부분에서의 분명한 정치이념을 나타내게 된다.
그들은 이런저런 다른 주장들을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거대양당 중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게 된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나는 오랜 고민을 해왔다.
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임시 결론 중 하나는, 그들 스스로는 모두 합리주의자라 생각한다는 부분에 있다.
편향적 정치이념을 가진 이들이 어찌 합리주의라는 말을 내세울 수 있는가에 대해 당연한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그것은 객관적 시각이고, 주관적 시각으로 들어가면 당연히 말이 되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경제정책에 있어 좌파들은 결과적 평등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이 단순 복지정책이 아니라 성장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확신한다. 저소득층의 소비율은 고소득층보다 아득히 높고, 보편평등적인 복지정책을 펴는 것보다, 고소득자 증세, 저소득자 복지를 하면, 그들의 실질소득을 높여 효율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지다. 그들 입장에서는 국가 전체적인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바로 저소득층의 복지 강화인데, 이를 따르는 것이야말로 합리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이야말로 무지이며 비합리이다.
반대로 보수나 자유주의 계통의 우파계통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복지정책의 문제점은 복지정책 와중 발생하는 다양한 방식으로의 누수에 있고, 또한 자본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인해 자본가 혹은 엘리트들의 유출이 발생시키는 범국가적 손실이 복지정책으로 인한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합리이며, 국가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비합리이다. 다만 재미있게도 대한민국 보수계통은 큰정부인 박정희, 전두환 정부의 계보를 이은 집단이기 때문에 '좌익보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이 정도에서 대충 일단 끊고...
어쨌든 스스로 합리라고 생각하는 개인들이 모여 정치적 집단을 이룬다. 그들은 자신만이 합리이며 정의라는 생각에 빠져 자신들이 편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니 자신들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합리적이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상대방을 악하고, 비합리적이며, 비지성적인 집단이라는 결론을 맞춰내기 위한 학술적, 이념적, 이론적 과정을 끼워맞춘다. 애초 상대방은 글러먹은 집단이라는 결론이 나와있기 때문에 의외의 연구결과가 나온다 한들 상관 없다. 그 결론을 자신에 입맛에 맞게 고쳐쓰는 것이야말로 바로 정치병에 걸린 종자들의 보편적인 행태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현재 자신들이 절대적이라 믿는 그 이념 사상이 과연 500년 뒤에도 유효할지? 500년 뒤에 현재보다 수준 높은 분석 도구로써 다양한 연구를 한 결과는 분명 현재의 이론으로 범접할 수 없는 수준까지 접근할 것이다. 오늘 날 자신들이 스스로 진리라 생각했던 대부분은 500년 뒤에는 분명 비합리적이고, 비지성적인 행태로써 남을 것이다. 현재의 합리는 미래의 비합리이며 무지성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조금이나마 진리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일까? 나는 모른다. 그저 모른다. 모른다는 말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더욱 저평가하게 만드는 원인임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그럼에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다. 모른다는 말을 바탕에 깔아두고, 그 모르는 일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나아가는 한 걸음이야말로 진정한 합리주의라고. 나는 믿는다.
개똥뻘소리 ㅈㅅ! 평소 하던 생각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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