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연히 어렸을적 보았던 기동전함 나데시코 극장판에 대한 유튜브를 보고 글감이 떠올라 간단히 써본다.
주인공인 아키토의 복수. 처절하지만 마침내 상대방을 살해함으로써 그 목적을 이루는 복수. 나는 그런 복수를 꿈꿨다.
하지만 복수라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중매체에서 쉽게 역량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나에게는 그 역량확보가 쉽지 않았다.
아키토 역시 전문성 있는 전사가 아니었을 뿐더러 오감을 상실했고, 운용기체는 구식이었다. 안정된 올라운더는 자신보다 나은 올라운더에게 반드시 패배하므로 그는 화력에 몰빵해보기도, 스피드에 몰빵해보기도 하였다. 결국 그는 유지력과 화력을 포기한 채 스피드에 거의 몰빵할 수밖에 없었다.
나라고 달랐을까. 나는 운동을 하기 이전 하루종일 책이나 읽는 돼지였을 뿐이다. 줄넘기조차 제대로 할 줄 몰랐던 극악의 몸치였다. 그런 내가 단기간에 육체적 재능이 있는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서 다양한 무리수들을 택했다.
매일 기절할때까지 운동한다던가, 나무, 절봉을 뼈가 부러질 때까지 치고 찬다던가, 평생 싸움 한 번 안해봤으면서 길거리 싸움에 나서기도, 초창기엔 무서워서 도망치기도 했다. 그 수없늗 진흙탕 속 과정이 얼마나 고난스러웠을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복수를 감행하려던 그 때, 그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웃는 낯에 침 못뱉는다고 억지시비를 걸어 폭력을 가하는 것은 심히 어려운 일이었다. 밤거리에서 양아치만 골라 수없이 동일한 짓을 행했음에도 왜 나는 결국 감행하지 못했는가. 골만번 고민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키토는 결국 복수에 성공했지만 내 복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키토의 중년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의 사례를 보았을 때 그 때의 상처는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이 영상을 보고 오랜만에 생각해 보았다.
만약.
만약 그 때.
계획했던대로 그들의 얼굴을 함몰시키고 관절을 갈갈이 찢어 죽여버렸다면 어땠을까.
속이 시원했을까? 제도권으로부터의 배제로 두려웠을까?
이제는 폭력을 심신적으로 모두 내려놓았다. 폭력을 가지고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부당한 일을 겪을때 종종 폭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금새 그만둔다.
일시적인 감정의 배출로써 모든 것을 쏟아내기에는 축적한 것이 너무 많아져버렸다....
https://youtu.be/pfaCjLJB8Y8
'리뷰,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UFC 챔피언 은가누 계약해지(은퇴 혹은 이적)에 대한 생각 (2) | 2023.01.17 |
---|---|
금리0.25% 인상 3.5%. 금리인하 시기상조. 한국은행 총재 기자인터뷰. 2023 1월 (1) | 2023.01.13 |
알리바바에서 쫓겨난 마윈. 기사 감상평 -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간의 관계. 그리고 자유라는 목표 (0) | 2023.01.07 |
경제정치충 입장에서 생각해본 역사적 편향, 정보편향, 작용변수 등 (0) | 2023.01.06 |
억대 투자자의 트레이딩 환경이라는 글을 보고, 억대 투자자의 트레이딩 환경을 찍어보았다(수퍼개미 미달) (6) | 2023.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