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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에 대한 서울대의 갑질과 기회비용 논쟁

세학 2021. 7.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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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대 기숙사의 청소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2년 전에도 공대 청소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이 더욱 조명되는 감이 있습니다. 학교의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관리자가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하여 청소부들을 괴롭혔다는 주장, 서울대 내의 노동자 복지가 유독 열악하다는 주장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관정도서관의 노동자들의 좁은 휴게시설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년 전 공대 청소노동자 사망 당시에도 좁고 더운 휴게시설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에, 대학본부가 비극적인 사건 후에도 문제를 시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대학본부는 노동자를 착취하는데다, 반성이란 걸 모르는 악마의 소굴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물음표가 붙습니다. 학내 노동직은 특별히 구인난에 시달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만약에 학내 노동자의 처우가 특별히 열악하다면, 점차 신규 노동자가 진입하지 않아 학내 행정에 차질이 생기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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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문에 대한 답을 규명하려면, 경제학의 '기회비용'과 '한계' 개념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기회비용이라는 용어는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동어반복하는 어색한 조어입니다. 문외한 입장에는 역설적일 수 있겠지만, 기회가 곧 비용이고 비용이 곧 기회입니다. 예컨대 페이스북 입사를 포기하고 창업하는 엔지니어와, 중소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창업하는 엔지니어가 각각 지불한 비용은 보유하던 기회의 크기와 일치합니다. 즉, 현재 내 운신의 최대치를 기회비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내 노동자든 누구든, 다른 여러 진로의 기회를 포기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현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같은 범-공공기관 or 노조가 있는 직장이 민간 일자리보다 처우가 안좋은 경우는 구조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는 물이 아래에서 위로 저절로 흐르는 상황이 있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직하는 데에는 제약이 없지만, 민간에서 공공으로 갈 때에는 특정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시험이 됐든, 일정기간 계약직으로 일하는 기간이든. 요컨대 공공 노동자는 민간이라는 기회비용을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는 반면 그 반대 방향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공공부문 종사자가 지대(rent)를 누리는 원리가 위와 같습니다. 그리고 rent가 클수록 갑질 및 정치가 강하게 개입한다는 건 원론적인 얘기입니다. 우선 시장의 흐름을 거슬러 만든 혜택에 정원이 제한되어 있다면, 이 제한된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를 정하기 위해 정치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 쟁의가 됐든 정부에 의한 질서가 됐든요. 한편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을 관리할, 시장경제 외 다른 장치가 필요합니다. 즉, 기숙사 관리자라는 완장에 해당합니다.

기숙사 관리자가 자신의 완장을 남용했다는 데엔 아직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인사감독과 갑질의 범주는 칼로 무 썰듯 양분할 수 없고, 현재 알려진 관리자의 행동 중 상당부분은 참작할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만약 남용이 있었다면, 노동자가 참을 수 있는 갑질의 역치는 역시나 rent와 양의 상관성을 띨 겁니다. 글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청소와는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시험을 치른다느니 에어컨도 잘 안돌아가는 좁은 휴게실에서 쉬라느니 해도 참는 건, 실제로 이익이 있기 때문일 개연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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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무슨 세상 모르는 딴소리냐는 반응이 예상됩니다. 학내 노동직의 열악함은 여러 사건과 자극적인 사진으로 드러나는데, 그들이 대체 무슨 이권을 누리냐는 식으로요. 앞서 '한계' 개념을 의도적으로 생략한 건 이 대목에 와서 쓰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가 절대적으로 옳다/그르다와 좋다/나쁘다 하는 건 별 의미 없는 가치판단일 뿐입니다. 대신, 여러 선택지 중에 무엇이 나은가를 따지는 것만 의미가 있습니다.

학내 노동자가 열악한 직장을 계속 다니는 건, 바깥이 더 안좋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공공부문 일부 일자리의 열악함은, 이 사회 자체의 하방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학내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길 원한다면, 이 사회의 하방을 좀더 높이길 바라야 앞뒤가 맞습니다.

 

그래서 서울대가 특별히 노동자 대우가 나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닥 유쾌하지 않은 예시지만, 한국 군대를 싫어하는 사람 중에 군대에서 자살하는 기간병이 많다는 주장을 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가 20대 남자 민간인 자살률이 기간병 자살률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반론했습니다. 이는 매우 강력한 반론으로, "죽음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냐, 그럼 군대 책임은 없다는 말이냐."라고 빼액대는 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저 역시 한국 군대가 나아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자살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군대가 할 만큼 하고 있다고 해도 토 달기 어려울 뿐입니다.

학내 캠퍼스가 유독 살인적인 노동환경인지 여부를 유의미하게 분석하려면, 비슷한 직종과 비슷한 연령의 노동자 관련 통계를 비교해봐야 합니다. 사람 목숨 문제에서 숫자 장난하냐는 류의 일차원적인 사고는 좀 접어두면 좋겠습니다. 산 자의 책임을 따지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통계가 나오기 전에 추측하건대, 서울대가 논란이 되는 건 상대적 열악함 때문이 아니라 서울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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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굳이 이렇게 따질 것 없이, 그냥 노동자 처우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줘도 그만입니다. 복잡한 분석보다 말초적인 감정이 빠른 게 현실입니다. 앞선 추측이 맞다면, 노동자 친화적인 착한 행정을 하는 것만이 답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노동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갈 거면, 등록금 인상 이슈를 피하는 이중성을 범하지 않아주면 좋겠습니다. 2019년 2학기에 생활협동조합이 파업-협상한 후 대학본부가 식대를 올리려 하자, 비슷한 부류의 운동권들이 "본부는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마라"라고 성명한 바 있습니다. 공짜 점심은 정신병입니다.

 

앞서 학내 노동자 처우 개선을 바란다면 사회 자체의 하방을 높이는 게 정합적이라고 했습니다. 유럽에 산 적은 없지만, 서유럽과 북유럽은 왠지 복지가 잘되어 있을 것만 같은 이미지입니다. 서유럽은 재정이 모자라거나 실업률이 치솟을 때, 정권이 노조와 싸우거나 복지를 줄였습니다. 그 기름 많이 나오는 북유럽은 고용시장을 유연화하되 실업급여 등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타협을 보았습니다.

요컨대 하방을 높이는 시도는 어느 순간 뒷걸음질칠 개연성이 큽니다. 그 시도 중에서도 공공부문의 시혜적 대우 & 노조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닥 성공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청소노동자의 복지 개선에 동의하신다면 서울대의 청소노동자의 복지부터 개선시키는게 경험상 맞습니다.

영향력이 있는 집단이 바뀌면 그 아래 집단들이 알아서 우루루 따라서 바뀔거거든요.

 

그러면그럴수록 정책수혜계층과 비수혜계층의 복지는 차이가 벌어지더군요. 예를들면 주5일제, 최저임금제, 육아휴직 등등처럼요

 

그건 정책의 치밀함 정도 차이 같습니다. 그리고 위에 대댓글의 댓글에서도 얘기했듯 한국은 선행사례가 없으면 시도조차 안합니다.

 

그럼 유사정책중에 하위계층에도 동일하게 혜택이 돌아간 사례가 뭐가 있나요?

 

그런 사례가 있다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있다고 얘기한 사람 취급 하면서 여태까지 하위계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 사례가 없었으므로 저의 주장이 틀렸다 라고 얘기하려고 시도하는건 논리에 오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 정책의 치밀하지 못함이 하위계층에게도 동일하게 혜택이 가지 못한 원인이지 정책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있다고 얘기한 사람 취급을 한 적도 없고, 사례가 없는데 어찌 그것을 확신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논리의 오류가 아니고, 그쪽에 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여 마음대로 이야기한 것이며, 정책이 치밀하지 못함이 하위계측에 동등한 혜택이 가지 못한 원인이라는 증거. 해외 사례라도 좋습니다. 그러한 확신을 가지게 된 근거자료가 있느냐 이 말입니다. 근거자료가 없고, 실패사례만 있는데 어찌 확신을 가지느냐.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잘난 기업이 노동자 복지를 선도하면 못난 기업도 알아서 따라온다"라는 주장을 30년째 한 귀결이 민주노총, 공기업이지요. 소위 '신의 직장'이라는 것들이 위의 지대(rent) 메커니즘으로 형성했습니다. 한국 노조의 '우리 직장 우선주의'는 노동자 복지를 상향평준화한 게 아니라, 특정 기업 노조 주위에 성벽과 울타리를 쳐놓고 자기들만 호위호식하는 엔딩이었습니다. 그게 요즘 나오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연구고요. 더 나아가 요즘 청년들의 박탈감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고요.

무슨 대단한 경험을 하셨는진 모르나, 경제학과 현대 경제사를 고작 한 문장의 비꼼으로 일축하는 대담함이 가소롭네요ㅎㅎ

이런 사람들이 인국공 이슈에는 발작했을 것 같다는 것도 재밌고

 

기숙사 관리자가 완장질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직무교육 차원으로 2회 실시후 폐지 되었다고 말하는 시험의 내용은 청소 노동자들의 직무와 아무 상관 없는 문제입니다. 관악 생활관을 한자와 영어로 쓰고 기숙사 건물의 준공연도와 조직의 설립연도를 숙지하는것과 청소 노동의 효율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혹여나 억지로 위 문제의 답안을 숙지함으로써 올라가는 청소노동의 숙련도와 효율에 관한 자료가 있다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 시행 후 폐지가 되었건 두 번 시행 후 폐지가 되었건 업무와 관련 없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준다면 갑질입니다. 다만 그게 중간관리자의 의지였는지 아닌지가 그의 완장질 여부의 기준이 되겠죠.

그리고 다른데보다 제 아무리 노동 여건이 좋다고 한들 누구도 자발적으로 원해서 청소 노동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외부의 여건과 비교해 개인의 선택 문제로 돌린다면 군대도 누구나 원해서 가는 곳이라는 얘기 밖엔 되지 않습니다.

 

지출비용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않고, 무조건 노동자의 처우는 인간존엄성의 문제이니 개선해야한다는 주장만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태죠.

당장 문제가 터졌는데 사회하방부터 튼튼히 하라는 게 뭔말이냐며 반발하는 분들은 너무 협소한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분명 글쓴이는 글의 말미에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원하면서 등록금인상문제는 외면하는 태도에 대해 지적했는데 말이지요.

무조건 인간존엄성만 운운하며 정의의 사도인 것마냥 나설 게 아니라, 좀 더 깊이있게 고민하고 변화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줄 아는 태도를 견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합리적인 민주시민의 태도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