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이슈

노동은 사회적 계약이며, 그것을 온전히 보호해야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세학 2021. 7. 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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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때와 달라진 생각

스스로 노동자가 되기 전까지

노동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이 많이 바뀜.

예전엔 청소원들이 중도 수족관 화장실 변기 닦던 걸레로 책상 위를 닦는 걸 보면서도

그네들 휴게실도 없는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처우 개선에 “학생들”이 나서야 한다고 들었다.

근데 사실 나도 셤기간에 쉬고 싶었는데 쉴 곳이 없었다. 여휴의 정치적 의미를 위해서 남휴는 생기면 안 된다나.

돈 내고 학교 다니는 나도 그런 편의를 누리지 못했는데 학교에서 돈 받는 노동자들한테는 그런걸 보장해줘야 된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다. 학생들 입장에서 최적해는 청소업무를 외주 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럼 시험기간에 도서관 앞 꽹과리 소리도 없고 난방 꺼져서 감기걸릴 일도 없고 청소용역업계 인력풀 커져서 취업자유도도 높아지고 할텐데.

 

사실 청소원의 재취업은 별로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데서나 필요하기 때문에. 일이 힘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시비거리가 되겠지만 어쨌든 군역도 면제되는 여성들이 나이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게다가 담당구역이 정해져 있고, 감시원이 일하는 동안 계속 붙어있지 않는 작업은 생각보다 고되지 않다.

 

“완벽히 깨끗한 순간”은 시설이 돌아가는 동안에는 절대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더러워 보이지 않게끔” 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학생이라면 S/U 과목을 생각하면 되겠다. 딱 일정 수준만 넘으면 되는.

 

근데, 그냥 S만 받으면 되는 과목이 갑자기 상대평가+중간기말+리포트+발표수업으로 바뀌어 무척 신경쓰이게 된다고 생각해보라. 청소용역이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는 상황은 회사 입장에서 아마 그런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학교 고객인 학생이 그런거까지 신경써야 하나. 물론 취업/로스쿨 자소서 인권 항목에 뭐라도 한줄 넣고 싶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드라마틱한 좋은 소재가 되긴 하겠다. (제발 국고보조 사회적책임 얘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전 인원 등록금 0원이면 인정함)

 

회사 다녀보니, 대기업 계열사인데도 휴게실이 따로 없다. 내 자리는 부장이 모니터를 직격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어서 뒤통수가 편할 날이 없다. 옥상으로 도망가서 쉰다. 청소 노동자 분들도 같이 거기서 쉰다.

쓸데없는 시험이 노동자분들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지만, 장담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학생때는 그런 생각 할 수 있다. 시험범위 외에서 쓸데없는 문제가 출제되면 나였어도 분노했을 것이다. 그러나 돈 내는 학생과 돈 받는 노동자의 시험은 결이 전혀 다르다. 학생은 시험이 성적의 거의 전부라 예민할 수 있다. 직장인의 (고과에 반영되지 않는) 시험은 “아 또 귀찮게.. 대충 해야지” 딱 이 느낌이다.

 

학생때는 대체로 정해진 것만 하면 된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많이 경험하는 경제활동이라봐야 과외일텐데 애들을 맡는 일은 을일 수가 없기 때문에 (가령 베이비시터한테는 애엄마들이 절대로 함부로 못함) 일상적인 사회생활이라 하기 어려울테고. 뭣보다 을 느낌의 고객(의 자녀와) 단둘이 진행하니까.

 

시급으로 계산되는 많은 알바들은 시험으로 시간을 낭비시킬 일이 없었을 테고.

그러나 사회인의 직장에서의 시험은 “그럴 수도 있는 일” 이다. 학생때는 원하는 부분만큼만 잘라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은 업무의 스펙트럼이 여러군데 걸쳐져 있고, 어느 선까지만 예상이 가능한데다 주어지면 그냥 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을 깨닫는게 내 경우 학생티/사회인티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신입사원 연수때 그룹의 히스토리를 외운다..? 하등 쓸모없고 그렇다는걸 인정한다. 과장1년차때 그룹의 각종 시간낭비성 교육을 듣는다..? 귀찮을 수 있지만 하라니까 못할 것도 없다.

 

여기서 누군가 “나는 이런 교육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의제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무슨 권리? 네가 원하는 일만 할 권리? 근로계약서에 완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귀찮은 일을 거부할 권리? 학부생과 직장인의 시각이 서로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시험 한두번 치라는 건 수시로 떨어지는 업무지시에 비하면 너무나 먼지같은 사소함이다. 결국 돈의 대가는 생각보다 구차하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니까.

 

“보호해야 할 노동의 권리”에 대한 생각도 결이 바뀌어 간다. 나의 노동도 누군가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그런 것을 주장할 권리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정규직이라 당분간은 안전하긴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나도 머지않아 나가야 한다. 이익집단인 회사가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버티면서 돈 내놓으라고 하는 상황의 어처구니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게 어처구니없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는 것 같다.

 

학생때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어떤 실체화된 경험도 없이 그저 비장한 말투나 숭고한 이념의 화려한 설득에 가슴이 뛰어 그런가보다,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도 한몫 해야겠다,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근데 나는 사실, 일요일이라 이런 글 쓰는 것도 있는데, 생계수단인 노동이 꼭 누군가 반드시 지켜줘야하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은 그냥 누군가 원하는 걸 제공해주고 대가를 받는 거래행위다.

 

날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고. 그런데 싫다는 사람한테 “넌 날 반드시 장기간 정기적으로 원해야 해” 하는 건, 좀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인간적인 처우, 개선해야지. 신안 염전 노예처럼 도망 못 가게 가둬놓고 말도 안 되는 시간을 고되게 굴리는 거. 직장내 왕따 조장해서 멘탈 무너뜨리고 언어폭력으로 못 견디게 괴롭히는 거. 위계를 활용한 성희롱 성폭력 가혹행위 시행하는 거. 강제로 징집해서 머리 밀고 거지같은 옷 입히고 산골짜기 수용소 같은데다 모아놓고 총기화약폭발물같은 위험물질 다루게 시키면서도 위험수당같은거 개무시하고 초과근무수당도 안 주면서 밤마다 깨워서 근무시키는데 시급 100원 주면서 중간에 그만두지도 못하게 부려먹는 거..

 

근데 이거 해결하자는 시위 본 적 있나? 정부에서 해결하려는 노력 보여준 적 있나? 피해자만 호소인 만들고 *무새 비웃기나 했지.

 

그런데 대부분 시위할 시간 나시는 분들의 노동은 그 정도는 아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17625&code=11171111&cp=nv 

 

[사설]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적폐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

노조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등의 ‘고용 세습’이 일부 기업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각

news.kmib.co.kr

http://www.kbiz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94 

 

대기업 노조 파업과 중소기업의 한숨 - 중소기업뉴스

지난 몇일동안 전국에 쏟아진 비로 국토의 태반이 물속에 잠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이재민이 됐으며, 재산상의 피해규모도 엄청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산업계의 피해도 갈

www.kbiznews.co.kr

현대차 노조는 공장 자동화로 일이 줄면서 2명조에서 한명 쉬고 다른 한명이 2인분 일하는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논다고 한다. 우리회사 현장직 순찰돌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보거나 자동사냥 게임 돌려놓고 슬렁슬렁 논다. 그 많은 커뮤에 월급루팡 자랑글 올라오는 거 보면 게으름은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각설하고, 노동쟁의의 수많은 선동 문구 사이로 건조하게 들여다보면 결국 “돈 더 줘” 세 글자로 요약 가능하다. 나는 정치세력과 결부된 현재의 노동쟁의에 환멸감을 느낀다.

2021.07.01 - [펌-이슈] - 현대차 노조 "1천만원 임금 인상으론 부족해. 이익공유제 해라"

 

현대차 노조 "1천만원 임금 인상으론 부족해. 이익공유제 해라"

요약 현재차 및 노조 임금인상 협상 결렬. 및 파업 결정 현대차 측에서 연간 총 1천원원 가량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 현대차의 대폭임금인상안은 주요 대기업들의 7~9% 임금인

gang8806.tistory.com

 

https://www.chosun.com/economy/auto/2021/04/02/B4XC3F5KAVFMDJBVAJJIOQUT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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